살며 생각하며

오월의 그리움

능수 2009. 6. 4. 13:53

 

 오월의 그리움

아카시아 향기가 퍼지는 뒷동산에 가끔 오르내리면
형형색색 다양한 사람이 물결 흐르듯 오가는 많은 사람들
제각기 다양한 이야기소리에 시끌벅적한 시장 안 갖고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건강을 위해 걸으며 산책을 한다.
뭉치와 함께 걸을 때, 혼자서 걸을 때, 동행이 있어 함께 걸을 때,
똑같은 곳을 걷고 있지만 느낌은 다르다.

혼자 걸으면서는 수많은 생각으로 가득하지만
동행이 있어 함께 할 때면 살아가는 이야기 나누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게 되고
친구와 함께 가는 날에는 고향 이야기 살아온 이야기를 하노라면
부모님에게 좀 더 자주 찾았으면 좋았을 걸 후회된다면서
지금은 보고픈 마음이 간절하니 뒤늦게 철이 드는가보다
지금 마음 생각이 그때도 그랬더라면 어머니 가슴에 구멍이
숭숭 뚫리지는 않았을 것을 그리 쓸쓸히 보내지는 않았을 것을.
아쉬움과 그리움에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부모님 모습을 그려본다.

뭉치와 함께하여도 이리와 얼른 가자
쫄랑쫄랑 따라오는 뭉치와 혼잣말처럼 지껄이면서 걷고
애완견을 좋아하는 사람은 한번 만져 보고 싶어 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곁에 오는 것도 싫어하기에 조심스러울 때가 있다.
시내 곳곳에 자리한 야트막한 산 도심 속의 각박함을 잠시나마 여유롭게 해주는
자연의 품이 아닐까 싶고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기도 하다
대부분이 나잇살에 늘어난 체중 때문에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하다.

허리가 구부러져 지팡이 짚고 간신이 오르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눈에 띈다.
오가는 인사에 이렇게 운동하면 허리가 펴질까 싶어 운동한다고
헐떡이는 숨을 고르는 할머님 모습에서 우리 어머니도 살아계셔서
저렇게 살살 걸어만 다닐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비가 그치고 나서 갔더니 아주머니가 취나 물 한 줌 손에 쥐고 내려오시고
보따리 들고 오시는 아주머니를 보니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느 자식에게 주려고 보따리 싸들고 힘겨운 발걸음을 하시는지
내 어머니도 젊어서 버스를 타고 시내에 오셔서 온종일 일하고 어린아이 주려고
무거운 짐 들고도 그리 힘차게 다녔던 시절이 있었는데,
마치 어머니 모습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짠하다
부모는 자식에게 주고 또 주워도 모자란 사랑의 샘이 아닌가 싶다.

내 어머니는 노년에 목욕하러 가시다 넘어지셔서 엉덩이뼈를 다쳐서
일어설 수도 없어 온종일 방안에서 지내야 했던 많은 날
자식들 온종일 밖에서 일보고 저녁에나 들어오고
창살 없는 감옥생활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끔 찾아가 말벗이라도 해 들린다고 하지만 생활에 쫒기며 살다 보니 늘 말뿐이고
생신이라고 어머니날이라고 꽃 한 송이에 용돈 몇 푼이 전부였다
어머니가 바라는 것은 꽃, 용돈이 아니라 자주 찾아와 말벗이 되어주는 것인데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고 살아온 것 같다.
언제나 기다려 줄 것 같던 어머니 하늘나라에 가시고 난 뒤에야
부모는 기다려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이 있으실 때에는 전화하여 안부라도 하면 좋아하셨는데
속절없는 세월 앞에 정신마저 희미해지신 내 어머니
시간 내어 찾아가면 정신이 없어 문도 못 열어주어 몇 시간을 기다렸다
간신이 얼굴만 보고 올 때도 있었지만 “너 왔니” 한마디면 그만이신 어머니
먹을 것 사다 드리면 그것 어린애처럼 먹기도 바쁘다던 어머니
잠시 들렀다 가는 딸자식 “엄마” “이제 갈게요,” 다음에 또 올게요,”
벌써 가느냐고 어린애처럼 까만 눈망울 굴리시던 어머니 모습이 눈에 선하다
자식 사랑에 젊은 청춘 다 바치고 빈 껍데기에 쪼그라진 육신을 지고
돌아올 수 없는 먼 길을 떠나신 나의 어머니
생신 달인 5월에는 어머니가 더욱 그리워 눈가엔 이슬이 맺힌다.

뒤돌아 볼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살아온 내 삶의 흔적
반백을 넘어 내 자식이 짝을 찾는다고 하였을 때에
비로써 부모님 마음을 헤아린다고 하더니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자식에게 주는 사랑 반의반만이라도 부모에게 드린다면 천하의
효자라고 하지 않았던가?
늘 받기만을 원 하던 어리석은 자식이 아니었나싶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머니 앞에서는 떼를 쓰는 아이가 되고 싶은 마음인데
불러도 대답 없이 메아리만 돌아오고 홀로 남아 고아가 된 기분에
가슴에 담아놓은 어머니를 불러본다 “어머니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사랑합니다.”
그 누가 어머니만큼 반길까? 그 어떤 사랑이 어머니 사랑 같을까
그때도 지금 같은 마음이었다면.......

2009년 5월

 

 

뭉치와 봉서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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