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주부의 추석

능수 2005. 9. 16. 16:43

주부의 추석

 

여름내 씨름하던 더위 물러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설은 슬슬다가오고 추석은 추썩다가 온다고 하던 어른들의 말씀
봄인가 싶으면 여름, 여름인가 싶으면 어느새 가을 문턱이니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걸 보니 나이가 들긴 들었나보다 

 

한집안의 며느리 아내 엄마로써 막중한 책임지고 사는 주부
시부모 공양하고 남편의 내조에 아이들 뒷바라지 하다보면
하루해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강산을 네 번이나 넘고
다섯 번째가 눈앞에 왔다
명절이나 집안의 애경사가 있을 때에 집안사람들과 가족간의 모여
담소를 나누며 살아온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기 살아갈 이야기를 하며
가족이라는 끈을 느끼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가족구성은 부모와 자녀 장남과 차남 아들과 딸 구분되어
모두가 책임감으로 장남은 장남답게 차남은 차남답게 살아가고
맏이와 지차는 생각하는 것 또한 다르고 부모가 바라는 것도
맏이와 지차는 다르다 맏이는 무엇하나 함부로 대하여서는 않되고
지차는 조금은 나태하여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남자가 맏이이면 당연히 여자도 맏며느리가 되어 집안의 모든 일을
책임감으로 꾸려나가야 하고, 백 번 잘하다가 한번만 잘못하여도
불효자식이 되는 것이 맏이라고 한다.

 

이 말은 돌아가신 어머님에게 들어온 이야기이다.
함부로 대하지 말라는 경고인지는 모르지만 너이가 백 번 잘했어도
한번만 잘못하면 무용지물이라고 입버릇처럼 하시던 어머님의 말씀
굳이 잘못할 것이 없어도 자신의 보호 본능에서 그리하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 말을 하지 않아도 맏이의 책임감으로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접고
살아가는지 오래 되었건만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시는지...
한집안의 며느리이기 전에 한집안의 딸로써 부모형제 곁을 떠나 낯설고
물 설은 곳에 새 가정의 한가족이 되어, 딸에서 며느리로 살아가며
전연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자신을 시댁에 맞춰 살아가면서
나를 버리고 사는 일이 가장 힘든 일일 것이다.

 

특히 명절 때가 되면 더욱 그렇다
온 집안사람이 모여 차례준비로 분주하고 모처럼 모인 가족들의
먹거리를 준비로 분주한 일상을 보내다보면 정신없이 명절을 보내고
지척이 친정 언니형부는 큰댁이 바로 곁이라서 차례 지내고 나면 곳 바로
처가에 들렸다가 가곤 한다. 언니 오빠들 모두 모였으니 얼른 오라고 전화가 오면
집에 손님이 있어 가지 못하니 속만 끓이고 말고
이제는 포기를 하고, 내는 없다 생각하고 좋은 시간 즐기고 가시라고는
명절 지나고 집안 어른들 가시고 나면 뒤늦게 어머님을 찾아 뵙는다.
가족이 모였을 때에 참석하여 담소라도 나누어야하는데
한두 해 이렇게 지내다보니 만성이 되었지만 마음 한 칸에는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요즘에는 핵가족에다 예전보다 간소하게 지내고 있지만
명절이나 집안의 행사가 돌아오면 미리부터 할 일이 걱정스러워지니
마음은 따르나 몸이 안 따라주워 그런지도 모르지만
언제나 그랬지만 밤에 하나하나 준비해놓고 전 붙이는 것은 동서하고
둘이서 하는데, 올해는 야근을 하여 미리 와서 거들어주고 출근한단다.
애들이 커나고 가르치랴 어려운 경제에 맞벌이하며 열심히 살려고 하는 동서
열심히 살려고 하니 다행스럽고 고맙기만 하다
둘째 작은 아버님 돌아가시고 자녀가 서울에 사니 제사도 서울로 모셔가고
시골에 홀로 계시는 작은어머니 모시러온다고 사촌 시동생이 잠시 들렸다 가고
막내 작은댁과 시동생 가족과 명절을 보내야한다.

 

술을 유난히도 좋아하시는 시댁시구 작은 아버님 명절에 오시면
형수님 어려워 내게 살짝 술 한잔 달라시던 작은 아버님 돌아가시고
시동생이 군대가서는 여기서 함께 차례를 지냈는데
제대하고 장가가니 아버지 제사를 모시고 따로 지내고 막내작은 아버지는
속상한 일이 있던가 하시면 전화를 하시어 하소연을 하시곤 하지만
가족간의 서로 어려움이 있을 때에 마음을 열고 말 한마디라도 나눌 수 있으니
그래 가족이라고 했나보다
예전에는 풍성하기만 했던 추석명절 갈수록 간소해지고 형식적으로 변하는 것 같다.

 

한가위가 다가오네요 주부들의 일손이 바빠지겠지요
차례 상 준비로 가족간이 모여 먹을 먹거리 준비로
가을이 익어 가는 길목에서 아람불어 떡벌어진 밤송이
탐스런 과일. 황금 물결이 출렁이는 벼이삭처럼
우리네 마음에도 넉넉하고 풍성한 추석을 맞았으면 합니다.
한가위 명절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 가지시고
풍요로운 추석 맞으시길 빕니다.^^

 

050916

글.매미.金順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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