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황혼의 재혼

능수 2005. 6. 17. 16:23

누군가에게 마음 터놓고 이야기 나눠줄 상대만 있어도 잘살아온 삶이라고 한다.
가까운 곳에 있어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나누지 못하는 사람은. 함께 있어도 외로운 마음으로 가슴 한곳에는 찬바람이 불어온다, 우연한 인연이 특별한 인연이 되어 한평생 한 이불 덮고 자는 사람. 동반자의 삶을 살아가며 가정을 꾸미며. 때로는 즐거운 일로 웃음 지으며 때로는 슬픈 일로 눈물 삼키며. 세월과 함께 점점 줄어드는 생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무엇이든 남기려고 노력하며 사는 삶이다.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 영원한 동반자로 한날한시에 이승을 떠난다면. 가는 자의 아쉬움도 보내는 이의 서러움도 없으련만 검은머리 파뿌리가 되도록 살자고  약속하고도 먼저 가는 인생. 이승과 저승 따라갈 수 없는 길. 남은 자의 외로움과 고독의 시작이다. 바로 곁에 사는 고향의 친구어머니 오랫동안 풍으로 몸져누워 계셨던 어머니 돌아가시고 혼자 계시는 아버지 늘 걸린다는 친구 아무래도 아버지에게 여자친구 소개해 드려야겠다 던 친구가 찾아 왔다.

 

어릴 적 친구이기에 속속들이 허신 탐하게 대화를 나누는 친구와 가끔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며 고향의 소식을 들을 수가 있어 좋다. 잠시 동안의 대화를 나누며 우리 아버지 여자 친구 생겼다며 좋다 한다. 돌아가신 엄마도 이해하시고 좋아하실 거라는 얘기를 하며 삼 년이란 긴 시간을 중 환자실에 계실 때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에 병문안을 가셨던 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시고 재일 서럽게 우셨던 아버지 너무 안쓰러워. 어머니병간호 하시느라 고생하셨기에 이제는 마음대로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사시라고 하였지만 혼자 계시니 식사도 그렇고 며느리 있어도 쌀쌀맞아 한집에서는 못살겠고 딸들이 반찬 해다 드리면 혼자 끓여 드시곤 하여 늘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이제는 한시름 놓았다며 해마다 고춧가루며 김치 담아다 주었는데. 고춧가루와 김장을 담아다 주면서 누구 눈치 보지 말고 알콩달콩 재미있게 사시라고 하였더니 너무나 고맙다고 하신다는 두 분. 돌아가신 어머니 닮은 분이라서 좋다고 한다. 연세 드신 분이지만 처음에는 자녀가 싫어하지는 않을까 걱정하였다는 분. 염려 마시고 두 분만 잘사시면 고맙다고 하였더니 나이 비슷한 딸을 잃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딸 얻어 좋다. 한단다. "그래 잘했다. 여자는 혼자 있어도 그리 보기 싫지 않은데. 남자가 혼자서 사는 거 보면 더욱 초라해 보이고 안 좋더라. 담배 한 까치의 연기보다도 혼자의 외로움이 더욱 몸에 해롭다고 하드라. 효자 열보다도 악처 하나가 낫다는 얘기도 있잖아? "잘했다.

 

자녀 아무리 많아도 옆에서 다독여주고 얘기라도 나누며 지내는 사람이 더욱 편안하고 좋으리라 생각하며 나이가 들수록 부부밖에 안 남는다고 하는데. 점점 작아지는 삶을 보는 듯하고. 고향 생각만 해도 그리움으로 가득한 고향 분들 가끔 산책길에서 만나면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손 흔들어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고향의 웃어른들 어쩌다가 아내 먼저 보내고 노후에 혼자서 쓸쓸히 보내는 모습을 보면 안쓰러워 보이는지 그래 나이가 들수록 곁에 누군가 있어 대화라도 나누면서 사는 것이 작은 행복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보다 마주앉자 담소라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더욱 그리워지는 노후 황혼의 친구 같은 결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인생이 잘해야 백 년도 못살고 가는 인생 지지고 볶다 한세월. 아옹다옹 한세월. 가는 세월 잡을 수 없고 오는 세월 막을 수 없는 삶. 혼자의 외로워 둘이 사는 인생. 인생의 끝자락에 정담을 나누며 지낼 수 있는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하기를 빌며.

 

04 12 2 글/매미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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