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이주민

능수 2005. 12. 27. 15:37

 

 

2003년 12월 25일 찍은 사진

 

[-이주민-]

 

생의 터전 보금자리 비우라는 통보가 날라 왔다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생각하여도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밀고 들어오는 사람 밀려나가는 사람
아쉬운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망설임 속에 서성이고 있다

 

여기저기 둥지 틀만 한 곳을 찾아다니고 있지만
아직 새둥지는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
시공 사업자는 서둘러 집을 비우라고 한다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 당연해야 하는 일인데도
아직은 일도 손을 놓지 못하고 있고
거주할 둥지도 마련도 쉽지 않은 것
마땅히 해야 할 일도 찾지 못하고서 이런저런 생각으로
밤잠을 설치는 날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정든 집과 정든 이웃과 아쉽지만 이별을 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 고운 정을 쌓고 살아야 하는데
마음은 천 리요 몸은 따라주지 않고
이것도 저것도 손에 잡히지 않은 일에
정신은 어디에 팔아먹고 사는지 멍청히 하늘만 바라보다
하루하루 날짜만 갈아먹고 있으니
주인은 주인대로 세입자는 세입자대로
풍랑 맞은 배처럼 불안한 마음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지금보다는
조금이라도 업그레이드된 삶을 보장될지 모르는 일이기에
생각과 생각은 꼬리를 물고 정확한 답을 얻지 못하고 있으니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간다
어느 해보다도 눈도 많이 내리고 춥기까지 하는지
서민의 등줄기에는 시린 겨울이 지독히 길기만 하구나

 

무엇보다 많은 애착을 갖고 시작한 일
아쉬운 미련 속에 접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하여 많은 지인과 우정의 친구를 만나
스스로 나를 가꿔갈 수 있는 개기를 만들었던 시간,
일을 하면서 두 가지를 얻은 샘이다
두 아이 대학공부시키고 나를 버리고 살아왔던 많은 날
나를 돌아보며 조금이나 찾아가고 있고
지나온 생애에 아쉬움도 반성도 하면서 조금씩 깨닫고 살아가고 있다.

 

어느덧 한해도 저물어 가고 있고
많은 갈등이 오가던 12월 한 달이 이렇게 길어 보일 수가 없다
새둥지에 새 일터를 찾아나서야 할 시간만 부득부득 다가오고
손에 잡히지 않은 일에 이리저리 방황하는 몸과 마음은 어디에다 둘까
빈 나뭇가지 찬바람에 회오리치는 황량한 거리 내 맘 같아라

 

한 달간의 짧고도 긴 시간에 이리저리 방황 끝에
둥지 하나 정해 놓았지만 편안하지 않은 마음이다
자로 재어보고 셈을 하여보고 한치 어긋남이 없도록 추진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거듭하며 짜 맞추어 부담이 덜 가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하고 새로운 둥지에 익숙하기에는
시간이 소유될 것이고 무엇보다 새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것이
더욱 고민스럽다.
어떤 방법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정답 없는 숙제 앞에 꼬리를 무는 생각에 잠겨있다.

 


{심경고백 }

 

앞만 보고 달려왔던가?
내가는 길에 실타래같이 엉킨 삶
한 올 두 올 풀어 살아온 뒤안길

원하는 만큼 이루어졌나?
갖고 싶은 만큼 소유하였나?

끝도 없는 욕망 앞에
허우적거리기만 하지 않았나 싶다

 

얼마를 소유하여야 만족을 할까
얼마를 살아야 세상을 깨우칠지
내 안의 행복을 찾을 수 있을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고민의 연속 속에 살아가나 보다

 

내게 주어진 만큼 소유하고
내가 바라는 만큼 이루고 살기란
어렵다 하거늘
분에 넘치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는지
작은 그릇에 큰 것을 담으려고
허욕을 부리지 않았는지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인생
네가 있어 내가 살아갈 수 있고
내가 있어 네가 행복할 수 있다면
무엇을 더 원하리
무엇을 더 갈구하리


05.12.27
매미 김순옥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삿날  (0) 2006.01.05
새해 福많이 받으세요^^  (0) 2006.01.01
아홉수  (0) 2005.12.15
일상의 향기  (0) 2005.12.07
참 별일이야  (0) 2005.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