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일상의 향기

능수 2005. 12. 7. 16:44

 

우리집 장독대 첫눈 오는 날 카메라에 담았답니다.

 

일상의 향기

하루를 열며 무엇을 담고 무엇을 버리며 살아가나요?
늘 대하는 사람도 예쁘게 모이는 날도 있지만 죽을 만큼 미워서 떠나고 싶을 때도 있는 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라고 한다. 한집안에 가족구성으로 시어른과 함께 살면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애들이라 하고, 요즘이야 독립된 가정 핵가족이다 보니 결혼을 하며 부부중심으로 한 가정을 이루고 살지만, 큰댁의 맏이나 시어른과 함께 거주하는 사람은 언제나 어른 밑에서 공경하며 살기에, 자신의 생활보다는 어른 중심이 되어 생활을 하다 보면 나이가 들어서야 자신을 잊고 지나온 세월이 안타까운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이십대 젊은 시절에는 애들 기르라고 정신없이 살았고, 삼십대에는 조금이라도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살아간다. 사십이 되어 애들은 자라 부모의 손길보다는 우정의 손길 애정으로 손길에 눈을 돌리게 되고, 부모의 관심도 잔소리쯤으로 귀찮게 생각한다. 품안의 자식이라고 하였던가? 우리가 그렇게 살아왔으면서 자식에게 멀어져간다고 섭섭해 할 일은 아니다. 조금씩 품으려고 했던 마음을 비워가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비로써 깨닫곤 한다.

 

친정 부모님을 떠나 시부모님과 반평생을 몸담고 살아온 세월 동안, 때로는 고움으로 때로는 갈등으로 오가던 숱한 시간, 애지중지하던 모든 것 떠날 때에는 빈손에 빈 몸으로 한 줌의 흙에 불과 한 것을. 욕심과 허욕 부질없는 일인데, 아등바등 살아왔는지. 살아온 둥지를 살피며 지나온 흔적을 더듬어본다. 오랜 세월동안 빛바랜 장독에 십여 년이 넘은 시어머님의 손때묻은 간장, 시어른 손맛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비워내지 못하고 채워왔던 장독이다. 간 장독 두 개, 고추장독 한 개, 된장 독 두 개, 큰 장독에는 작은 장독이 한가득 들어있다.

 

뜰 안 화단에 김장독으로 묻어 김장을 하여 먹곤 했는데, 기후의 변화에 따라서 쉽게 시어지는 바람에 김치냉장고를 구입하여 지금 사용하고 있지 안치만, 땅속 기온의 변화가 적기 때문에 큰 통을 땅에 묻어두고 감자, 무, 생배추를 저장했다 겨울에 꺼내 먹으면 좋다. 겨우내 하나 두 개 꺼내어 먹으면 좋은 냉장고 역할을 해준다.

 

집안 뜰 안에 고이 모셔진 장독 위에 올해의 첫눈이 하얗게 소복이 많이도 쌓여 카메라에 담았다. 해마다 보는 농촌의 집안 뜰 같은 장독을 보가 마지막 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내년 2월이면 새둥지를 찾아 떠나야하니 말이다 어느 곳에 어떤 집으로 이사를 할지 모르기에 갖고 갈 수도 못 가져갈 수도 있으니. 묵은 살림이라서 버릴 것도 많이 있고 사야할 것도 많은데, 날은 춥고 마음만 급하고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머릿속만 어지러운지 모르겠다. 성격 급한 남편하고 이삿짐 싸려면 신경전을 버릴 것인데,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담장밑에 내년을 기다리고 있는 화분

 

 

화분 하나마다 고추, 부추, 더덕, 딸기가지 주렁주렁 열매를 맺어주어 눈을 즐겁게 하고 입맛을 돋우던, 빈 화분은 차곡차곡 쌓여 담장 밑에 내년을 기다리고 있는데, 그들마저도 이별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세상에와 어느 것 하나라도 소중한 것이 없다고 한다. 인연의 끈이 되어 만나지는 인연도 내 손에 빗어낸 사물일지라도 소중한 인연이기에 무엇하나 눈에 걸리지 않는 것이 없다.
 
전국적으로 많은 눈이 내려 아이들은 눈썰매 타느라고 신이 났지만, 그러잖아도 어려운 농촌의 피해가 많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하늘하늘 펄럭이면 내려오는 눈송이를 보면 낭만이 그려지고 지나온 추억을 떠올리게 하지만, 기상이변으로 많은 폭설로 피해가 속출했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서는 걱정이 앞서는 걸 보니, 아줌마는 아줌마인가보다. 등 따습고 배부르니 이렇게 앉아서 넋두리라도 늘어놓으며 지낼 수 있는 것 아닌지 싶고,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어지는 시점에서 미움보다는 고움이 더 많은 날이 되길 소원하며 하루하루 일상의 향기를 맛본다

 

온종일 업그레이드로 손에 쥐가 나도록 하루 일상 속에 일을 하고 오후에 잠시 넋두리 한 장했습니다. 위에 사진은 첫눈이 많이 내린 엊그제 카메라로 담았는데, 너무 흐리게 나왔네요. 가는 세월 잡을 소냐 오는 세월 막으리요. 속절없이 떠나가는 세월 앞에 작아지는 인생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 가득 희망 가득한 날 되소서!

 

05.12.7

매미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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