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참 별일이야

능수 2005. 12. 3. 16:43

웃어야 할지

지난 칠월에 있었던 일이다.
위에 함께 찍은 사진 속의 시누이 집이
조그마한 집에서 살다가 큰집으로 이사를 하여
집들이를 한다고 시누이 시동생 가족이 모였다고
연락이 왔다

 

하던 일 나중에 하고 저녁 먹으라고
완벽주의자인 남편 일을 놔두고 움직일 리는 없고
혼자만 갔다 오라고 한다.
모처럼 만에 가족이 모인 자리이니 저녁식사 하며
담소라도 나누면 좋으련만 혼자서 택시를 타고 갔다
 
서울, 인천, 수원, 천안, 모인 가족
오리탕으로 맛있는 식사를 마치고 시누이 집으로 갔다.
말끔하게 단장된 넓은 거실에 45인지 대형 모니터
고화질화면 스피커가 열 여덟께가 붙어 있어
음질이 좋아 듣는 기분이 다르다

 

이튿날 큰 시누이 생일이라고 하여 케이크 하나
준비하여 생일 축하하고
샴페인과 포도주를 한 잔씩 돌린다
금방 밥을 먹고 또 무얼 먹느냐고 했더니
막무가내 한잔 받으란다.
포도주 한잔 샴페인 한잔 두 잔을 받아 마시고
정담이 오고 갔다

 

나훈아 쇼 시디를 넣고 불을 끄는 시누이 남편
분이기 잡고 한번 놀아 보자는 삼사인가 보다
한잔 들어갔겠다 나훈아의 노랫가락이
고화질에 음률로 울려 퍼지자 큰 시누이는 흥이 났다.

호랑이 같았던 남편 꼼짝도 못하고 잡혀 살다가
먼저 보내고 비록 혼자 살지만 마음만은 편안하다는 시누이
몇백 년 살 거라고 허둥지둥 아옹다옹 살아가는지 싶다.


시어머님 계실 때에는 한 달에 한번이나 두 달에 한번은 모여
담소라도 나누고 돌아가시고도 담소라도 나눌 시간을 마련하여
물놀이도 하였는데, 장사한답시고 우리만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모처럼 만에 모인 가족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간
저녁도 못 주고 나와 마음이 편치 않은데
딸아이가 전화를 하였다
집에 오는 도중인데 택시비가 천원밖에 없다고
집앞에서 기다려 달라고 한다.
애들 아빠 저녁도 안 주고
나만 배를 채우고 나니 미안한 생각도 들고 하여
분이기 한참 익어 가는데 먼저 일어설 수밖에 없었다

 

택시를 타고 저녁은 그만두고 야식이나 산다고
집 옆 김밥집에 내리려고 계산을 하고 보니
문을 닫아버렸네, 그 밤에 김밥을 싸기에는 너무 늦고
옆 동네는 늦게까지 문을 연다는 택시기사님
그럼 그쪽으로 대 달라고 하였더니 옆 동네로 향한다.

 

옆 동네에는 아직 성업중이다.
택시에서 내리며 잠시 기다리세요
김밥 사고 다시 타고 가야하니까
차대기 시켜놓고 김밥을 사는데 손님도 있고
마음은 급하고만 왜 이리 꾸무럭거리는지
"기사님'
"미안합니다. 얼른 가세요"
"요번에는 어디로 모실까요?"
"글쎄요"
"집으로 가야지요 이젠"
그러지 말고 드라이브나 하고 가면 안 되겠느냐고 한다.

 

"호호 아저씨도 집에 가야지요"
조금 떨어진 어디까지 갔다 오자고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안 내려 준다고 하면서
손을 내밀어 손잡고 데이트를 하잖다.

"무슨 말씀을... 집에 가야 합니다."
단호하게 거절하면서 이천 원을 내미니
택시비는 안 받을 테니 잠시 시간 좀 달란다
"호호 웃으며 아닙니다."
"아니어요"
이것도 인연인데 악수나 하고 헤어지자 한다.
속으로 무슨 인연 잠시 택시 한번 탄 것밖에 없는데

 

내리면서
"참 별일이야 "
내 차림새가 이상했나 싶기도 하고
여름이라 빨간색 무릎 위로 올라가는 짧은 반바지에
남방 하나 걸치고 포도주 한잔에 얼굴이 홍조가 띠었었나
야릇한 기분으로 내려 딸아이에게 말했더니
그 아저씨 변태인가보라고 난리이다.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 속에
별일이 다 기억 속에서 샘물 솟듯 하네요

살다 보니 이런 일 저런 일로 웃음 짓기도 하고
순살 찌푸리게도 하는 일들
오늘은 어떤 일로 웃음 지을지
내일은 어느 일로 눈물 삼킬지 모를 삶을 사는 우리네
날이면 날마다 맞는 날이지만 다 같은 날은 없겠지요
저무는 해 저무는 인생
눈살찌푸리는 일보다는 웃음 짓는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블로그 가족여러분 저무는 한해 고운 기억들만 간직하세요^^

 

05.12..3

매미.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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