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제삿날

능수 2006. 1. 5. 16:38

사계절의 절기 중에 가장 춥다는 소한이다
예로부터 대한이 소한 네 집에 놀러 왔다 얼어 죽었다는 말처럼
소한 이름값을 톡톡히 하나보다
꽁꽁 언 경기 차가운 바람마저 세차게 불어온다

 

하루를 접하면서 다람쥐 쳇바퀴같이 돌고 도는 일상
월요일부터 꽉 짜인 시간에 눈 돌릴 틈도 없이
하루하루를 접하다 보면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무엇인가 해보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가질 수가 없게 된다

잘하든 못하든 큰집에 맏이 며느리 가정사 일을 책임지고 처리해야 하고
잘했어도 못했어도 좋은 소리 듣지 못하는 것이 맏이라고 한다.


어머님 살아생전에는 어머니 자리가 그리도 크게 느껴졌는데
막상 어머님 돌아가시고 모든 일을 본인 손안에서 모든 것을
소신껏 처리해야 하니 큰살림 책임자가 되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증조모님 제사를 맞아 간소하게 준비를 하며
식육점 아줌마도 식품점 아줌마도 세상이 바뀌니
장례문화도 제사도 간소하게 일 년에 한번 모아서 지내야 한다고
한마디 하며 자차 들은 제사에 참석도 하지 않아도 잘만 산다면서
다 부질없는 일이라고 한다.

 

사실이 그렇다 명절에 한번 찾아오고 기제사 때에는
할머님 제사도 한번 참석하지 않으시는 작은 아버님
장조카인 남편에게 모든 일을 떠맡기고
내 살아생전에는 내 어머니이니 산소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말만 앞서고 행동은 늘 우리 차지가 되니
애들 아빠도 마음이 상했는지 요번 구정에 모이면 할머님 산소문제
제사 문제 모두 상의를 한다고 한다.

 

택지 개발로 어쩔 수 없이 부모님 산소를 이장하며
산소 이장하게 되면 화장하여 뿌려달라 하셨던 어머님 유언대로
화장하여 어머님 아버님 고향에 뿌려주고 와서
섭섭한 마음 어찌할 수 없었던지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휴가 와서 도와주고 복귀한 아들, 걱정스러운 편지를 보내왔다.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이장하고 아빠 엄마 마음 아파하는 것은 아닌지
집도 이사해야 하는데 어떻게 되어가는지 누나 대학원 등록은 한 것인지
여러모로 걱정스러운 마음을 적어 보내와 이제는 다 컸구나!
생각하며 또 한 번 눈물이 흘려야 했다

 

부모자식 간의 인연 끊으래야 끈을 수 없는 인연의 고리
살아생전에 물 한 그릇이라도 떠다주는 자식이 자식이지
돌아가시어 제사상 아무리 많이 차려놓으면 무슨 소용 있으랴
그저 잊지 않고, 선친이 계시기에 자손이 존재할 수 있으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보내야 함이 옳을 것 같다

그러잖아도 시누이와 동서는 한 번에 모아서 지내자고 했지만
완고한 성격에 애들 아빠 절대 반대하더니 인터넷 문화를 접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 것 같다.

우리 어려서 와는 많이 달라지는 현실에 적응하면서
구정을 보내고부터 많은 변화를 가질 것 같다.

 

이십여 년 동안 정들었던 집에서 마지막 제사를 올리면서
증조모님께 감사한 마음, 자손 무탈함을 빌어야겠다
소한 때에 증조모님 제사가 있고 여름 삼복 더위에 할머님 제사가 있어
너무 추워서 고생이고 너무 더워서 힘든 제삿날이다.
조용한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야겠다.


06.1.5

 

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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