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고개 숙인 쉰세대

능수 2006. 1. 20. 14:54

 

위의 사진은 KT직원 김영은님의  찍은 사진

 

고개 숙인 쉰세대

 

희망을 부여잡고 평생 삶의 터전에 몸바쳐 산업역군으로
무안의 질주를 하며 끝없는 갈망하고 승승장구 할 것 같았던 삶
한 치 오차도 없이 청춘 고스란히 바친 산업현장이다.
그동안 연륜으로 쌓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월급 많다 명태 대상 나이 많다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간신히 목숨 맞긴 사람 마냥 장기 근무자의 실태라고 한다

 

회사에 이십여 년을 몸담고 있던 이웃주민이자 한 손님으로 오는 사람
나와 동갑인 나이에 6개월 전에 명예퇴직을 하였다.
이유는 장기 근무자는 급여 많다고 회사 측에서 구조 조정명단에 올려놓고
한두 사람을 찍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집단으로 명예에 퇴직을 강요한다고
직원들과 함께 이의제기를 하며 살아남으려고 노력했건만
퇴직금과 이 년치 월급을 미리 받기로 하고 결국 퇴직을 하였다

아직은 받은 것이 있으니 몇 개월 쉬면서 새 일자리를 구한다고 다녀보지만
다니던 직장의 삼분의 일이라도 주면 다니겠는데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눈에 차지도 않을뿐더러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서니
쉽게 채용도 하지 않는단다.

 

한 달 두 달한 것이 어느새 6개월이 지났다

아직은 할 일이 남았다고 생각하고 애들 공부도 해야 하고
몇 년만 더 다녔으면 걱정이 없을 것인데 너무 이른 퇴직에
무엇을 해야 할지 난감하단다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전업주부가 되었다며
어느 때에는 청소하고 어느 때에는 밥해서 주고 오는 길이라고 하면서
여기 왔다 늦게 가는 날이면 불량주부라고 하면서 웃는다
동갑이다 보니 친구처럼 대하고 편안하게 대화도 나누고 그러지만
애들 아빠가 나이가 위이니 애들 아빠 있으면 형수라고 부른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남자나 여자 술자리를 하게 되는지
그 사람 아내는 술을 무척 즐긴다고 하면서
데리러 오라고 전화가 오면 술에 취한 것이라고 하면서
가서 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는데 하는 수 없이
함께 마신 직장동료 집집이 데려다 주고 온다고 한다

엊그제에는 술이 너무 과하게 마셨는지 새벽 4시에 들어온 아내를 보니
온몸이 피투성이에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들어와 패 줄 수도 없고
속이 상하여 나왔다고 마누라 보기 싫어서 집에 안 들어간다고 하고
참는 것도 한 게가 있다며 형님은 마누라 잘 얻은 줄 알고 잘하라고 한다
며칠간의 입씨름을 했는지 퉁퉁부어 등산가방 하나 짊어지고
집 나왔다며 여행이나 갔다 온다고 한다

 

"어디로 갈 건데요"
혼자서 무슨 맛으로 여행을 한 대요
동행이 있어야지
혼자 가기는 그렇고 함께 그만둔 동료와 가기로 했다면서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춘천 쪽으로 가야겠다고 한 일주일만 있다가 온다고
하면서 나갔다. 좋은 곳에 즐거운 여행되라고 하였더니
이튿날 바로 왔다 여행을 하러 갔으면 며칠 있다 오지 왜 금방 왔느냐고 했더니만
생판 모르는 곳에 가서 어디 갈 곳을 몰라 허둥대다 산에만 세 시간 동안
산에서 헤매다 돌아왔단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지 집 하고
직장에만 다니던 사람이 생소한 곳에 다니려니 어리둥절도 했겠지.

 

일단 집으로 들어가고 내일 다시 갈 것이라고 하더니 마누라가
더 있다가 가라고 한단다. 그러기에 칼을 뽑았으면 썩은 무라도 잘라야지
하룻밤 자고 그냥 오는 게 어디 있느냐고 바보라고 했더니
그러게 말이야 참 바보 같다고 하더니만 오늘은 정말로 갔는지 안 보인다
남자 나이 오십이면 조신해지고 여자나이 오십이면 용감해진다고 하더니
큰소리치던 남성의 목소리는 작아지고 나긋나긋했던 여자 목소리는
커지는 걸 보면 힘없는 쉰 대가 맞긴 맞는 말인가 싶다.

집에서 큰소리 치고 나가지만 막상 밖에 나가면
여자만 갈대가 없는 것이 아니라
남자도 갈대가 없는 것 같다

 

06.1.20

매미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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