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대 자연과 나

능수 2006. 11. 17. 19:26

      ■-대 자연과 나-■


      해마다 수능시험 치르는 날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한파 우리 애들은 지난 일이지만 수능시험 때 마음 졸이던 때를 생각하며 아이들 춥겠다고 걱정을 하게 된다 오늘은 일이 없으니 산에나 갔다 오자고 일찍부터 서두르는 남편과 시누이와 산행하기로 하였다 쌀쌀해진 기온 등산하다 보면 덥겠거니 생각하고 가을 옷차림으로 산행을 하는데 올라갈 때는 온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겉옷을 벗고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숨이 턱이 차서 헉헉거리며 올라갔는데 정상에 닿으니 싸늘한 바람과 함께 옷 속까지 파고드는 바람 구름 한 점 없이 유난히도 맑은 하늘 맑은 공기 굽이굽이 계곡마다 알록달록 물든 산 아득히 먼 곳의 파란 바다 서해대교가 또렷하게 보이고 멀리 자그마하게 성냥갑처럼 쌓은 아파트단지 천안시내도 보이고 바로 밑에 온양온천 민속마을도 보이고 겹겹이 펼쳐진 산등성의 끝에 가물가물 보이는 계룡산도 보이고 참으로 날 잘 잡았다 정상에 오른 사람마다 와!~~


      이렇게 멀리까지 보일 수가 너무 아름답다고 환호성을 지르며 즐거워들 하는 모습은 마치 어린애와 같다 수없이 많이 올랐던 산 광덕산 새벽에 출발하여 해가 뜨면서 벌겋게 운무뉘운 자락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때도 감해가 깊었는데 맑은 날에 오니 겹겹이 놓인 산 넘어 산골짝이 마다 아옹다옹 삶의 보금자리가 펼쳐진 모습들 쭉쭉 뻗은 나무들 그야말로 장관이다 잠시 추운 것도 잊고 두 눈 크게 뜨고 바라보았다 먼 코스로 돌아보자고 산등성 타고 내려오다 경치 좋은 곳에 자리하고 김밥 몇 덩이 먹었더니 어찌나 춥던지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가져온 시누이 따끈한 커피 한잔에 언 몸 녹이고 다른 사람들 점심 들라고 자리를 비워주고 발걸음을 재촉했다
      차가운 바람은 더 불어온다 잠바 입고 모자까지 뒤집어쓰고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천천히 내려오는데 쌓인 낙엽 위에 뒹굴고 싶다고 하였더니 한번 뒹굴어 보라는 시누이 아마도 무거워서 뒹굴어가지도 않을 거라고 하면서 웃는다 하긴 마음뿐이지 아줌마가 주책 떤다고 할걸요 산 중턱에 산불 났을 때 사용하려고 만든 소방도로를 따라 큰 산을 따라 내려갔더니 다리는 아프고 춥고 빨갛게 익은 감나무 밑에서 연시를 쥐어 먹으니 달콤하고 맛있는지 춥고 다리는 아프고 뜨끈한 국물하고 소주 한잔하고 오면 좋으련만 음주운전 할 수 없기에 그냥 가자고 한다 시장에 잠시 들려 동치미 담을 비닐을 사고 얼른 와서 어묵 국물과 함께 나도 한잔 마셨다

      이젠 추운 것이 풀렸다고 하는데 집에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다던 시누이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밑에서 저녁 먹으며 두 잔 에구 오늘은 술에 취하겠구먼 배추 김장 담그랴 고추장 담그랴 수원에 오르락내리락하고 총각김치 담고, 파김치 담고, 정신없이 한 주가 흘렀는데 6시간 동안의 강행군으로 온몸이 아픈지 잠을 이루지 못하고 끙끙 않는 소리를 하며 잠을 잔 것인지 만 것인지 정신이 없지만 멋진 경치 사진 하나 못 찍어 온 것이 아쉽다
      거친 숨 헐떡이며 아등바등 어렵게 올라온 길도 어느 순간 내려갈 채비를 하고 팽팽해진 종아리 뻐근한 발목 행여 다칠세라 조심스럽고 동행과 여문 대화에 웃음 지어도 보고 수많은 산, 계곡, 떨어진 낙엽 아직 노랗게 물든 나무 생을 다한 고목, 말 없는 침묵이 흐른다 한치 어긋남 없이 가고 옴의 이치인 것을 반평생 무엇을 쫓아 여기까지 왔는지 허무함이 밀려오는 저무는 해 훌훌 털어 비워내자 무엇을 가져갈 것이 있는가 무엇을 남길 것이 있는가 이래도 한세상 저래도 한세상 06.11, 매미. 金順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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