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대청봉을 오르며

능수 2007. 2. 8. 22:40

 

대청봉 사진이 없어 도락산 사진올립니다.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며

 

 

 

2006년, 한해의 끝자락 12월 인천에 사는 막내 시누 남편이 대청봉에 오르자고 전화가 왔단다. 연말이고 마무리할 일이 있어 갈까 말까 망설이다 따라나서기로 했다. 몇 년을 집과 가게만을 오가며 늘어난 체중에 가까이에 있는 광덕산을 오르는 것도 갈 때마다 힘겹게 올라가는데, 춥고 높다는 설악산의 대청봉을 오른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하고 같이 가는 사람에게 피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사와 하던 일 접으면서 많은 변화를 가져다주었던 한해 아직 새로운 일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쉬는 동안 시누이 가족과 시동생 가족과 함께 주말마다 산을 오르기는 했지만, 대청봉에 오르려면 부지런히 연습하라는 시누이 부지런히 연습하여 잘 따라가야 하는데 걱정이다.

 

시누이 시동생은 작년에 다녀왔기에 따로 준비할 것은 없지만, 우리 가족은 처음으로 가는 것이니 등산복도 새로 마련해야 하고 기능성 내의도 준비하고 등산가방, 랜턴도 사야하고 이것저것 준비할 것이 많다. 라면에 떡국 밥 한 덩이씩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12월30일 밤 9시30분에 출발 고속도로를 타면 차가 밀린다고 국도를 타고 안성을 지나 충주 제천 영월 양양 오색약수까지 달려갔다. 국도를 타고 갔더니 캄캄한 산길에 오고 가는 차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 가족만 가나 보라고 했더니 시누남편, 우리 가족만 가면 난 안 간다고 하고 지금이라도 후회하는 사람은 그냥 집으로 가라는 시동생, 여기까지 왔으니 죽으나 사나 따라올라 가는 것이지 어떡하겠어요.

 

한계령 고개 휴게소에 당도하니 관광차에 많은 사람이 보인다. 새벽에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을 보니 반가움과 이런 밤에도 많은 사람이 찾는구나 싶고. 오색약수터 쪽으로 올라가야 그래도 짧은 시간에 올라갈 수 있다 한다. 여유 있게 주차장에 당도하니 새벽 2시 산행은 새벽 4시나 되어야 오를 수 있단다. 4시에 오르면 올라가다 해 뜨겠고, 컵라면 준비해온 것을 먹고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좀 일찍 가서 사정하면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다른 일행과 함께 새벽 4시나 3시나 어두운 것은 같으니 올라가면 안 되겠느냐고 하였더니, 조심해서 올라가라고 한다. 기대와 염려 속에 어두운 새벽 3시 산으로 출발하였다. 밑에서부터 큰 개 한 마리 따라오더니 산으로 계속해서 쫓아오고 있어 그만 가라고 야단쳤지만 계단이 나타나자 산 계곡으로 따라오는 개와 함께, 어둠 속에 랜턴 불빛을 의지하여 고행은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하나씩 준비해야 하는 랜턴을 동서와 둘만 미준비로 막내 시누 남편 랜턴을 동서에게 주고 나와 함께 큰 랜턴으로 밟혀주며 동행이 되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힘겨운 발걸음을 옮겼다. 관광차서 봤던 사람도 뒤에 올라오고 있어 조용했던 산골짜기에는 랜턴불빛이 여기저기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줄이 이어지고, 두런두런 담소 나누는 소리 뚜벅뚜벅 발걸음 소리 고요를 깨운다. 올라도 수없이 많은 돌계단 하늘만 빠끔히 보이면 한 능선 올라와 쉬어가겠구나 싶으면 또 올라야할 계단이 나오곤 한다.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겠지.., 힘내어 오르고 또 오르다 보니 눈이 하얗게 쌓였고, 높아짐에 따라서 숨도 더 자주 가빠오는 것이 느껴진다.

 

2시간을 오르고 잠시 쉬면서 준비해간 먹을거리를 초콜릿 영양갱을 먹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젊은 시동생 내외와 시누이는 잘도 오르는데, 한 발짝 뒤에 간신히 따라 올라가며 헉헉대는 나는 뭔가. 얼마만큼이나 남았느냐고 수없이 묻고 또 물으며, 정신통일 수없이 외치며 어디만큼 올랐는지 산허리가 보이고 어둠이 점점 밝아지는 느낌이다. 이 먼 곳까지 와서 정상에서 해돋이를 못 보면 섭섭할 것 같아 사력을 다해 올랐다. 동해바다 속초 시내가 한눈에 보이고 발밑에 굽이굽이 산등성이 수없이 펼쳐진 모습이 서서히 드러난다. 전국각지에서 몰려든 사람들 하나 둘 정상을 향하여 더욱 바쁜 걸음을 재촉하고, 너도나도 기쁨의 환호성 치며 즐거운 표정들, 해발 1,707.9m의 높은 봉우리를 향하는 발걸음은 지친 모습보다는 밝은 모습이 되어 힘차게 올랐다. 많이 쌓인 눈에 바람이 세차게 불어 얼굴까지 꽁꽁 싸매고 7시 20분쯤에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해가 뜨려면 20 여분 기다려야 한단다. 어떻게 따라올라 왔는지 처음에 따라왔던 개도 정상까지 따라왔다.

 

해 떠오를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여기저기 사진 찍느라고 정신이 없다. 카메라를 준비하지 않은 우리도 핸드폰으로 찍으려고 핸드폰을 열어보니 배대리가 다 달아버려 사진 한 장도 못 찍었다. 높은 산에 오르려면 기지국이 멀어서 핸드폰 배대리가 소모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아쉽지만 눈요기만 하기로 하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동해 바다에 운무가 한 바퀴 돌더니 구름 사이로 살짝 내미는 해님, 많은 사람 일제히 환호성을 지른다. 조금씩 올라오던 해 조금 높게 올라오더니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듯 일자로 빨갛게 줄이 그어졌다. 얼굴서부터 완전무장하고 있는 대도 손발이 시려 동동 구르며 난생처음으로 동해바다의 해돋이 삼매경에 빠져있는데, 하나 둘 대피소로 발길을 옮기며 얼른 오라고 한다. 아쉽지만 너무 춥고 손이시려 더는 견딜 수가 없어 서둘러서 대피소를 향했다. 눈앞에 보이는 곳이 왜 그리 멀어 보이는지 덜덜 떨리고 발짝은 왜 그리 안 떨어지는지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인산이해를 이룬 산장 안에는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한구석에 자리 잡은 우리도 준비해간 라면에 흰떡 만두를 넣어 끓여서 먹고 났더니 추위가 풀렸다. 지체할 시간 없으니 얼른 볼일보고 내려가자고 한다. 얼었던 몸이 풀리니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하산하면서 눈요기 많이 하면서 내려가란다. 이쪽은 폭포가 있는 쪽이고 저쪽은 비선대 가는 곳이고 손으로 가르치며 알려주지만 온통 산으로 둘려 쌓인 굽이굽이 산 자연의 신비로움에 놀랐다. 예전 아들 6개월 되어 업고 2박3일로 왔던 때에는 한 나이라도 젊어서 그런지 잘도 올랐었는데, 지금은 가끔 산에 오르려면 올라갈 때마다 힘겨우니 세월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많은 눈에 얼어붙어 손잡이 기둥이 끝만 가신이 보이는 산허리를 내려가노라니 내가 이 길을 올라왔던가. 참으로 대견스럽다고 스스로 대견해하며 종종걸음으로 내려오는 길 돌계단으로 수없이 늘어선 곳 지루하기 그지없다. 따라 올라갔던 개도 많은 사람 속에 함께 내려오는 것이 한두 번 따라갔던 것이 아닌 모양이다.

 

31일 말일이니 내려오는 사람보다 올라가는 사람이 더 많으니 2007년 새해 해돋이 인파 아마도 산에서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려 나보다. 한계령 고개에는 차를 댈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은 차가와 있었고, 산이 깊고 험하니 계곡마다 아슬아슬하고 길옆에는 지난해 수해로 망가진 채로 그대로인 집도 보이고 임시로 다리를 놓고 다니는 모습도 보인다. 언제나 정상 생활터전이 될지 걱정이다. 힘은 들었지만 가족 간에 모여 화기애애한 시간이 된 것 같아 좋았고. 12월답지 않게 화창한 날씨 덕에 우리 가족 무사히 산행을 마칠 수가 있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새해에는 묵은해에 아쉽고 속상했던 일 모두 씻어버리고 새해에는 바라는 모든 소망이 이루어지는 한해 건강한 한해가 되기를 소원해본다.

 

06.12.31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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