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또 만나요 / 金順玉
이름도 생각나지 않아요
얼굴 모습도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유년의 꿈을 함께하던 시절에
가끔 그려지는 옛 모습이 떠오를 뿐이요
앞만 보고 달려온 무수한 날
돌아보니 반평생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줄어드는 시점에서
잊어버린 것을 찾고 싶을 뿐이요
긴긴날 터널 속에서 헤매던 사람도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렸던 사람도
태초의 고향 땅이 그리운 날이
더 많아졌으리라 믿습니다.
눈에서 멀어졌다고 마음도 떠나리오
굽이굽이 사연으로 살아온 날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하리오
삶의 흔적마다 끈끈한 애정과 사랑으로
순수함을 버리지만 않았으면 합니다.
때로는 내민 손이 부끄러울 때도 있지만
언제든 잡아 줄 수 있는
따스한 손이 있었으면 합니다.
계산된 삶은 있어도
잣대로 잰 것 같은 삶은 없다고 합니다.
얼굴만 마주하여도 미소가 넘치고
정담을 나누는 시간은
청량제를 먹은 거와 다름없으리라 생각하오
유년의 꿈을 함께하던 시절을 그리며
우리 또 만나요
09/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