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편지

능수 2005. 7. 18. 17:01
    편지 말로 전할 수 없는 말 글로써 마음을 전하는 편지 말로 하기 어렵듯 글로 전하는 것 또한 쉽지가 않은 듯싶다. 아들이 휴가 왔다 가고 이십 년 동안 접어 두었던 편지를 쓰려고 펜을 들고서 무엇을 써야 할지 머뭇거리며 망설여지고 도통 생각이 나지 않는지 예전에는 일주일이면 수십 통의 편지를 받고 또 답장도 하며 줄줄이 내려썼던 수많은 사연 20년 동안 글이라고는 가계부 적는 일 애 경사 때에 부조금 이름 적는 일이 고작 이였는데 갑자기 편지를 대하니 무엇인가 한 대 맞은 기분으로 머릿속이 뻥 뚫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집에 왔다 간지 일주일밖에 안 되었는데 한 달이 지난 듯 궁금해지고 장사한답시고 제대로 해 먹이지 못하고 귀대한 것 같아 마음이 쓰이고 걱정이 되니 말이다. 녹 쓴 창고에 가둬뒀던 머리를 싸매어 편지는 써놓고 얼른 붙이지 못하고 있으니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무력해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젊어서는 그리도 많은 편지를 쓰곤 했는데 요즘엔 편지보다는 메일을 보내고 메일보다는 전화로 통화를 하고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서 정겨운 사연이 담은 편지는 보기 힘들다. 이 십 년 전에 주고받았던 알뜰한 사연이 모여 전화번호 책만큼이나 두꺼운 편지가 쌓여갔다 모두가 고향을 떠나고 집이 비워진 사이 빈집에 불이나 잿더미로 사라졌을 때 겹겹이 쌓였던 고운 사연마저 모두 사라졌나 보다 오랜 세월 동안 까맣게 잊고 살아온 걸 보면 깨알 같은 많은 사연 속에 여물은 인연 이십 년이 지난 후에 한참을 생각하여 간신히 이름 석 자를 기억하고 처음 만나던 날 낯설지만 반가웠던 시간 내 생애에 기억 저편에서 너울너울 손짓하는 것 같다. 인연의 그리움보다는 젊은 시절의 그리움지도 모른다. 반백을 앞에 두고서 잊혀진 추억을 더듬어 보니 세월의 흐름이 눈앞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순간들.. 세월의 뒤안길 골 깊은 주름에 흩어진 시간은 파장되어 쓸쓸한 빈 가슴에 수많은 사연 묻어 버리고 만다. 050717 글 매미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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