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고추의 수난

능수 2005. 8. 5. 16:46


 

고추의 수난

 

해마다 집 앞의 화분에 고추 열 포기를 사다 심는다.
화분 하나에 고추 한 포기 부추화분 새게 더덕화분 두 개
딸기 화분 하나 딸기는 줄기를 타고 번식을 하는데
김장 독 묻은 곳은 온통 딸기가 자라고 있다.


그늘진 곳이라서 달려도 제대로 따먹지는 못하지만
그대로 두고 있고 충주에서 해마다 인진 쑥을 잘라와 말리는데
인진 쑥 자르면서 남은 찌꺼기를 화분에 버렸더니 쑥 나무 하나가
내 키보다도 더 크고 진한 쑥 향기를 품으며 잘도 자란다.

조금 일찍 고추 모종을 사다 밤에 심어 놓았더니
애들 아빠가 아침마다 물도 주고 거름도 한 포대 담아다
화분에 넣어 주어 정성 들여 잘 크고 있어 이웃 아주머니
그 집 고추는 일찍 심어 많이도 자랐다고 부러워하더니
어느 날 보니 고추가 자라지 못하고 누렇게 뜨고 시들해진 것이
더 이상 자라지를 못하고 있다


아무래도 물을 너무 많이 준 것 같다며 물을 조금 적게 주라고 했지만
영 깨나지 못하고 시들시들하더니 죽고 말았다.

아무래도 산소에 풀 약주고 남은 찌꺼기가 남아 죽은 것 같다고
시장에 갔다가 다시 열 포기를 사다 심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제법 잘 자라는가 싶더니 고춧잎을 벌레 먹어 줄기만 앙상하게 남아
농약을 조루에 타서 주더니 너무 독하여 남은 고춧잎마저 녹아 버렸네
올해는 고추 구경도 못하게 생겼다고 하였더니
독한 농약에 까무러쳤던 고추 이제 꽃이 환하게 많이도 피었다.

 

해마다 요맘때 되면 풋고추 따 먹고도 붉은 고추가 주렁주렁 열려
한아름씩 따다가 냉동고에 보관하여 놓고 된장국 청국장 끓일 때에 넣어
먹으면 좋았는데 풋고추라도 달렸으면 하는 생각이다.
앞집이 집을 바짝 짓고 옆집도 건물이 올라가다 보니
화분의 채소들이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하여 잘 자라주지 않은 것 같다
우리 집 고추는 이렇게 수난 끝에 이제서 꽃을 피우고 있다.
뒤늦게 풋고추라도 따 먹을 수 있으려나....

 

050705


글 매미.김순옥


위의 사진은 남도님 방에서 빌려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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