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보내는 마음 떠나는 마음

능수 2006. 2. 26. 17:03

일 년 365일 하루도 문 닫지 않고
집과 가게를 오고 간지도 어언 6년이 지났다
많은 어려움 속에 시작했던 일
전연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여 애로 상황이 많았지만
애들 이종동생의 도움으로 무난하게 이끌고 나갈 수 있었다


주야로 근무하는 일이기에 갈등도 있었고
개인적인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어려움 속에서 시작했지만 먹고사는 대는 지장 없이
애들 가르치며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었던 같다
새장 안에 갇혀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것이
늘 가슴 언저리에 남아,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곳
꼭 가야 할 곳도 참석하지 못할 때가 가장 난감하였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나만의 공간을 찾아
잊고 살았던 이름 석 자도 찾고 나름대로 나를 심고 가꾸는
시간을 가지며 그런대로 지낼만했는데
이제는 그것마저도 사치인듯싶다
정 들여 쌓은 고운 인연들,
나를 심으며 이야기하던 공간도 줄어들게 생겼으니 말이다.
이곳저곳에서 가져가겠다는 연락이 오고
정든 집기들과 헤어져야 할 시간은 다가온다

 

남편은 지긋지긋하다고 하는데
나는 왜 이리 아쉽고 서운한지 모르겠다
새로운 일자리도 생각해야 하는데
세입자와 시공사 측과 많은 신경을 쓰다 보니
새로운 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사 먼저 해놓고 생각해야겠다


며칠 내로 하던 일 접고 이사 갈 집수리하고
세입자 나가는 대로 이사를 하여야 하는데
몸은 피로에 쌓여 벌써부터 지쳐있으니 걱정스럽다

몇몇 업주들과 통화를 하고 보니 어느 선에서 가격이 메겨지고
한곳을 정하여 매도될 일만 남은 것 같은데
가슴 한곳은 무엇인 듯 잃은 듯 허전해 오는 걸까
만남이 있으면 이별을 예고한다고 하는데
오랜 시간 동안 정들었던 생활터전에서 고운 이웃이 되어준
손님들과 집기들 아쉬운 마음으로 바라보며,
친정엄마 딸자식 보내며 섭섭해하시는 모습과 같다


쓸고 닦으며 정들었던 곳 떠나보내야 어미 마냥
섭섭한 마음에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는다
내일모레면 임자 찾아갈 집기들 정든 이웃들 아쉬움만 남는다

오늘은 이사 갈 집 열쇠를 받았는데, 마음이 왜 이리 무거울까
평생 살려고 공들여 지은 집이라서 너무 섭섭하시는 아저씨
법 없이도 정직하게 살 사람이고 말이 법이라고 생각하고 사는
좋은 분인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든다
우리 내외도 오랫동안 거주하던 곳 내어주고 공들여 하던 직업마저
모두 버리고 떠난다는 것이 이리도 섭섭한 마음이 드는데
그분도 얼마나 섭섭하실지 이해가 간다
시간 되는대로 한번 밥이라도 함께 하자고 약속하고
서로 잘되시라는 인사로 해어졌지만 보금자리 빼앗은 기분에

마음이 편치 않은지 모르겠다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이웃과 사귀어야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현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고
자리를 잡고 인터넷 연결할 때까지 이제 이곳도 접속하기 어려워지겠다
여기저기 흉물스럽게 허물어지는 집 가재도구들 
떠나는 마음 보내는 아쉬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하루빨리 안정을 찾기를 소망하며 고운 햇살이 황량한 가슴에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찹찹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06.2.26

매미. 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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