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삽교천

능수 2006. 5. 20. 16:56

몇 년을 은둔생활처럼 꼭 박혀 살았으니
시간 있을 때에 드라이브라도 하고 싶지만
기름값이 만만치 않게 올라 어디 나서기도 겁이 난다는 서방님
집에만 있기가 답답했던지, 오늘은 오래간만에 서해바다가 보이는
삽교천에 갔다 오자고 길을 나섰다
서해로 가는 길로 말끔히 정리되어 고속도로처럼 씽씽 달리는 차들
샛길로 접어들어 큰 도로를 향하는 차들로 가다 서기를 하면서
다른 차들의 행렬에 끼어 갔다
얼마만의 외출이냐고 주변을 두루 살피며 없던 건물도 들어서고
한적했던 길에 웬 차가 이리 많이 다니는지 차량이 꼬리를 문다

날씨가 좋았으면 바다 멀리 보여 좋았을 걸 날씨가 흐리네요
길거리마다 수박이 한통 만원 하더니 점점 들어갈수록 2통 만원 하더니
3통 만원이라네, 보기만 하여도 군침이 도는 완숙 찰토마토 수확하는 온실에는
아저씨 아주머니들의 구슬땀 흘리며 잘 익은 완숙 토마토 수확하느라고
정신이 없고 여기저기 논 쓰리며 모내기가 한창이다
이따 집에 갈 때에 토마토 한 상자 사 가자고 하였더니
차 밀려서 올 때는 다른 길로 온다고 한다.
아쉬워라 돌려서 사자고 할 수도 없고
푸르게 짙어가는 산야를 바라보며 달려갔다

아산온천이 생기고 줄줄이 늘어선 러브호텔
이런 산골짝까지 러브호텔로 자리 잡고
공장도 줄줄이 들어섰으니 차가 밀릴 수밖에는 없지
구도로를 지나 큰길로 올라서니 속도를 낼 수가 있었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다 냄새가 풍기는 서해 바다가 저 멀리서 보인다.
아산 방조제 바다를 막아 논을 만든 곳은 끝없이 넓은 평야가
하늘과 맞닿아 보이고 서둘러서 모내기하는 농부들도 눈에 띈다.
날씨는 흐리지만 서해안 고속도로가 멀리서 보이고
바다를 막아 충남 당진 가는 길을 한 시간을 단축해놓은 방조제 위를
달리는 기분은 언제나 신선하고 좋다

오른 쫓은 망망대해 바다 왼 쫓은 육지에서 쪽이라고 하는데
이쪽도 저쪽도 바닷물 밖에는 안보이니 어디가 육지인지 바다인지 모르겠다.
구름 속에 가려 시야는 좁지만은 바닷바람은 맑고 시원하다
삽교천에 당도하니 확성기 음악 소리가 바다 멀리 울려 퍼진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귀를 기울이며 선착선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유람선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서해 바다에
물결치듯 울려 퍼진다. 커다란 군함 두 척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서해를 지키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구경나온 사람들은 바닷가를 바라보며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얼굴이 환하다

조금씩 늘어난 상점 밥 먹고 가라고 여기저기서 부르는 상인
회 한 접시에 소주 한잔이면 기분 그만일 서방님 운전하려면 술도 못하는데,
안주만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이곳저곳 둘려보더니 소라 2킬로그램 사고
딸애가 좋아하는 꽃게 장 2킬로그램을 사서는 얼른 가자고 서두른다.
"어느 쪽으로 갈까?"
길 안 밀리는 곳으로 찾아간다고 온양 현충사 쪽으로 갔지만 이곳 역시
차가 밀린다. 하는 수 없이 차량 따라올 수밖에 없었다.
급한 성격만큼이나 기다리는 것 참는 것을 못하는 사람
집에 오자마자 숨 돌릴 틈도 없이 소라 삶을 물 올려라 소주 사와라, 정신을 뺀다.
큰 솥에 소라 삶아 익기가 무섭게 소주 한잔과 초고추장에 찍어서 먹고
그제야 숨을 돌리고 한잔 주며 같이 먹잖다
뜨끈한 소라 맛이 그런대로 괜찮네요
너무 커서 칼로 잘라 몇 개를 먹으니 든든한지
소라 덕분에 오늘은 지도 한잔 했어요

06.5.20

매미.김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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