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살며 생각하며

능수 2006. 6. 28. 11:50
 

살며 생각하며


일손을 놓은 지 어언 석 달이 지났다

짜인 일과에 정신없는 하루가 저물곤 했는데

그럭저럭 하루를 보내는 일 또한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것저것 일을 만들면 일은 있지만 한번 놓은 일은 쉽게 잡기가

힘드는가 보다

처음에는 아침 먹고 자고 저심 먹고 자고 그럭저럭 하루 그냥 까먹고 말았지만

이제는 무력해지는 몸과 마음에 신경이 곤두세워 진다

요즘같이 불경기에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두려움이 앞서고 마땅히 무엇을 해야 할지 쉽게 대들지도 못하겠다.

시간이 없어 쩔쩔맬 때에는 가고 싶어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에

몸도 마음도 편치 않았는데 이제는 시간이 너무 많으니

몸도 마음도 한없이 늘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딸아이 내보내고 한 번도 찾아가지 못했는데 자취방에도 몇 번을 갔다 오고

뒷산에도 올라보고 6년만에 광덕산을 오르니 늘어난 체중 때문인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당최 발자국이 뛰어지지를 않았다.

비지땀으로 온몸으로 얼룩졌지만 애들 아빠 직장동료를 만나서

예전 이야기 나누며 산에 오르며 정상에 다 달으니 기분은 좋다

산 정상에서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에 목축이고 장군바위 쪽으로 향하니

그곳에서도 막걸리를 팔고 있었다. 생업이 산속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전보다 많은 사람이 오가고 빗물에 씻기어 돌산을 오르는 듯

힘든 산행이 되어버린 산행 천천히 내려오며 예전에 수없이 많이 다니던 길이

참으로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지나던 행인 한사람 서로 인사를 나누던

시절이 그립기만 하다. 광덕산 입구에 음악회가 열려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한다고 일회용 그릇 들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

맛나게 먹는 사람 그야말로 발 디딜 틈도 없이 사람이 밀려온다.

공주로 넘어가는 새로 난 길에는 오후에 공연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의 차들로

주차장이 되었고 버스 승용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점심 먹고 오고 싶지만 몸이 불편하신 친정어머니가 계시기에

얼른 돌아오고 속 터지게 집에 박혀서 있지 말고 산에 다녀야겠다고 하는 남편

"그래요" 일 시작하기 전에 잠시라도 마음 편이 지내자고요"

이튿날 언니 내외도 쉬는 날이라고 하여 김밥음료 준비하여 산에 오르니

죽어도 못 올라간다던 형부 앞장서서 잘도 올라간다.

어렵게 정상에 올라가 맛있게 점심 먹고 막걸리 한 사발에 김밥

찰밥 토마토 오이를 먹고 나니 세상 근심이 사라지는 것 갔다며

날은 덮지만 나무 그늘에 시원한 바람까지 살랑살랑 불어오니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어디 있느냐고 매주한번씩 오자고 한다.

첫날은 다리가 아파 파스 바르고 난리를 쳤지만 두 번째에는 몸이

가뿐 한 것 같다


어제는 언니 집에 감자를 수학한다고 하여 부지런히 아침 일찍 서둘러갔다.

부지런하신 형부는 벌써 한 고랑을 캐고 계셨고 일을 시작하는데

동네 아주머니 두 분이 더 오셨다.

삼년을 연거푸 감자 수확에 참여했다는 아줌마 언니네 와 친절하게

지내는 분인 가보다. 언니는 외손자 갓난아이를 보느라고 꼼짝 못하고

다섯이서 감자 50상자를 캐어 담으니 날은 덮고 얼마나 힘이 드는지

다리가 안 펴진다. 예전에는 쪼그려 앉아서 하는 일은 얼마든지 했는데

몸이 불고 나서 앉아서 하는 일이 이리 힘이 들 줄이야 ....

온몸 안 쑤시는데 없이 아파서 파스 뿌리고 설설기고 있다.


부지런한 형부덕분에 매년 감자 잘 얻어먹었는데 금년에는

함께 수확하며 알토랑 같은 감자알을 보고 좋기도 했지만

농사일이 이렇게 힘드는데, 농촌사람이 제일 불쌍하다는 말이

새삼 느껴진다. 농사가 전업이 아니어도 그저 쉬면 큰일 나는 줄 알고

열심히 살려고 하는 형부 그러기에 베풀며 사는가보다

가진 것 있어도 있는 것 파먹으면 금방 바닥난다고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뛰는 모습은 좋지만 행여 건강에

지장 있을까 조금씩 줄여서 하시라고 하는데 부지런한 성격에

그냥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것이 낫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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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이 한달 부산하게 한달 아무런 생각 없이 한달

몇 달을 집어삼키고 나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망각의 샘에 멈춰서

갈길 잃은 나그네 같은 마음이 절로 든다.

목적지 없는 긴 황로에 홀로 넓은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는 빈 배

어디로 가나......

얼마 전에 써놓았던 글이다

인터넷이 며칠간 끓기고 이런저런 일로 이제야 올려본다.

오랜 침묵을 깨고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안녕들 하신지요^^


06.6.28

매미. 金順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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